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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건강

아이 면역력이 좋아지는 약 말의 온도

by 초록애미 2025. 7. 21.

아이 면역력이 좋아지는 약 말의 온도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주 듣고, 또 가장 자주 검색하게 되는 단어 중 하나는 면역력일 것이다. 아침에 기침 한 번만 해도 혹시 감기인가 싶어 신경이 곤두서고, 열이 오르면 금세 병원 갈 준비를 하게 된다. 실제로 나 역시 아이가 자주 아프던 시기에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유산균과 홍삼을 챙겨 먹이고, 음식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햇볕 쬐는 산책도 빼먹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면역력이 좋아진 결정적 이유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에게 건넨 나의 말, 그리고 그 말의 온도였다. 감정이 담긴 말 한마디가 아이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깨달았을 때, 나는 비로소 건강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돌봐야 진짜 면역력이 길러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보다 먼저 아팠던 건 아이의 마음이었다

처음 아이가 자주 아플 때는 단순히 생활환경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추워진 탓, 어린이집에서 옮아온 감기, 혹은 부족한 영양소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그래서 식단을 바꾸고, 하루 일과를 조정하고, 아이를 따뜻하게 입히고, 청결하게 관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여전히 자주 아팠고, 한 번 아프면 쉽게 낫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감기로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내게 조용히 말했다. "엄마, 나는 자꾸 아프니까 엄마가 나 싫어질까 봐 무서워."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내가 무심코 던졌던 말들이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되었는지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걱정에 휩싸인 나머지, “왜 또 아프지?”, “이제 그만 좀 아프자” 같은 말을 하며 조바심을 냈다. 아이는 그런 말들 속에서 자신이 실망스러운 존재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위축된 채로 나를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약도, 음식도 아닌 아이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말의 온도가 바뀌자 아이의 몸도 달라졌다

그 후로 나는 아이에게 건네는 말의 ‘톤’을 바꾸기로 했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투, 표정, 말하는 타이밍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전엔 아프다는 아이에게 “또?”라고 되묻거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라고 급하게 질문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다독이기로 했다.

“많이 힘들지? 지금 몸이 쉬고 싶은가 봐.”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괜찮아. 천천히 낫자.”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네 몸이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어.”

이처럼 말의 온도를 낮추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려 하자 아이의 반응이 달라졌다. 아프다고 울거나 짜증을 내던 모습이 사라지고, 조용히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려 노력했다. "오늘은 머리가 좀 아파", "배가 찬 것 같아" 하며 자신의 몸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 늘었다. 무엇보다도 눈빛에 불안한 기색이 줄어들었고, 회복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그때 느꼈다. 아이는 내가 하는 말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괜찮아”라고 말하면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너무 자주 아프면 안 돼”라고 말하면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것을. 말의 온도가 따뜻할수록 아이는 자기 몸을 믿고, 회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몸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특히 면역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마음의 상태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몸이 쉽게 지치고 병에 걸리는 것은 어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는 훨씬 더 민감하게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은 그대로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말은 아이의 마음에 안정을 주고, 자기 몸을 믿게 한다. 반대로 차갑거나 날카로운 말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몸의 자연스러운 회복 기능조차 약화시킬 수 있다. 말은 그만큼 무겁고, 또 동시에 강력한 도구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이고, 충분히 재우고, 바깥 활동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 한마디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기 자신을 평가하며, 회복할 힘을 얻는다. 약보다 앞서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말의 온도다. 육아는 매일이 도전이고 매일이 고민이다. 특히 아이가 자주 아프다면 부모로서 자책하고 불안해지기 쉽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은 말에 담긴 따뜻함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배웠다. 말의 온도가 바뀌면 아이의 태도가 바뀌고,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지면 몸도 회복될 준비를 한다. 더 많이 웃고, 더 자주 나를 안아주며, 아프더라도 금방 나아지는 아이를 보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부모의 말이야말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라고. 오늘 하루, 아이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지 돌아보며, 그 말의 온도는 충분히 따뜻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아이가 기대고 싶을 때 믿고 머무를 수 있는 따뜻한 품, 그것은 우리가 하는 말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