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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이전에 결정되는 건강한 미각 만드는 식탁 루틴

by 초록애미 2025. 6. 26.

5세 이전에 결정되는 건강한 미각 만드는 식탁 루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일상 중 하나가 식사입니다. 하루 세 번, 매일 반복되는 식사 시간은 때로는 전쟁 같고, 때로는 유일하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평화로운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의 입맛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잘 먹기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특정 음식을 거부하고 좋아하는 음식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편식은 크면 나아진다고 쉽게 넘겼던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바로 미각 형성의 결정기는 바로 5세 이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식습관이 아이의 평생 입맛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하면서, 매 끼니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경험, 그게 진짜 이유식 교육

우리는 종종 이유식을 ‘먹이기’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입에 잘 넣었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건 놓치게 됩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음식을 얼마나 먹었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했느냐입니다. 처음 당근을 입에 넣었을 때의 향, 익힌 감자의 부드러운 식감, 브로콜리의 씹히는 느낌 같은 감각 하나하나가 아이의 기억에 차곡차곡 쌓여 미각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되도록 자극적인 간을 피하고, 재료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금과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심심하다고 느껴지는 건 어른의 기준일 뿐 아이는 오히려 그런 담백한 맛을 더 섬세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 번 거부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10번쯤은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당장은 안 먹더라도 접시에 올려만 두는 것만으로도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반복하며 아이의 입맛은 서서히 단단해졌습니다.

 

2. 함께 앉아 먹는 한 끼가 아이의 식습관을 만든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혼자 밥을 때우기 일쑤였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애만 먹이면 됐지 싶었던 그 시절엔 몰랐습니다. 아이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는지도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하루 세 끼가 어렵다면 하루 한 끼만이라도 아이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식탁 위에는 장난감도 텔레비전도 없애고 오직 음식과 대화만 남겼습니다. 브로콜리는 꽃처럼 생겼네 라거나 이건 엄마가 직접 삶은 단호박이야. 한번 먹어볼래 처럼 이런 작은 대화들이 식사시간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식사 시간이 더 이상 강요나 지시가 아닌 함께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부모가 야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아이의 식습관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면서 전해지는 것이기때문입니다.

 

3. 먹이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탐색하는 시간이 되기까지

어느 날부터인가 저는 식사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다 안 먹으면 어떡하지라 던지 또 거부하면 스트레스인데 라는 마음에 자꾸만 긴장하게 되고 어느새 아이에게도 그 긴장이 고스란히 전달되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음식은 억지로 먹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탐색해야 할 세상의 일부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직접 장을 보는 데 함께하고 요리할 때 작은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당근을 씻거나 상추를 뜯거나 밥을 퍼 담는 일처럼 아주 사소한 일부터요. 그렇게 자신이 만든 음식에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고 한 입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도 더 이상 다 먹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아이에게 어떤 맛이 나는지 오늘은 뭐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각과 선택을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바꿨을 때 식사 시간은 훨씬 부드럽고 여유로워졌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맛을 느끼고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식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지 않습니다. 건강한 입맛도 편식 없는 습관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죠. 하지만 매일매일 식탁 앞에서 나누는 경험이 한 입 한 입 맛보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아이의 평생 식습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완벽한 식사를 매번 차리긴 어렵지만 정성을 담은 한 끼 아이와 마주 앉은 따뜻한 대화 억지보다는 존중이 담긴 한 입이 결국 가장 좋은 미각 교육이자 인생 교육이 아닐까요.

아이의 입맛을 길러주는 건 거창한 요리도 특별한 음식도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평범한 밥상 그게 바로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가장 소중한 루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