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식사를 마쳤을 때 혹은 편식하지 않고 낯선 채소 한입을 먹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칭찬을 건넵니다.
아이를 칭찬하는 여러가지 말들은 아이의 식습관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됩니다. 부모로서 아이가 건강하게 먹고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칭찬 한 마디가 오히려 아이의 자율적 식습관을 해치고 장기적으로는 음식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부모에게 낯설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아동심리학과 아동영양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음식 섭취에 대한 칭찬이나 보상은 아이의 내면적 동기를 약화시키고 외적 보상에 의존하게 만든다고요. 우리가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사용했던 언어가 오히려 아이의 신체 감각을 무시하게 만들고 감정과 음식을 불필요하게 연결시켜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1. 음식 칭찬이 왜 문제일까 감정과 음식의 연결 고리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밥을 남기지 않고 먹었을 때, 혹은 싫어하던 채소를 억지로라도 삼켰을 때 잘했다, 예쁘다, 엄마가 행복하다는 식의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냅니다. 이러한 말들은 단기적으로는 아이가 더 잘 먹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행동의 근원이 아이 자신의 욕구가 아니라 외부의 기대와 감정에 맞추기 위한 선택이 된다는 점입니다.
즉 아이는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먹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내 음식을 먹는 행위와 도덕적 가치, 사랑받는 행동을 연결지어 받아들이게 됩니다. 음식 섭취가 착한 아이의 상징이 되어버리면 아이는 스스로의 배고픔이나 포만감과는 관계없이 무리하게 음식을 섭취하거나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먹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칭찬을 통해 음식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연결짓다 보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할 때 음식을 찾는 감정 위주의 식습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기분이 나쁠 때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행동 역시 이런 식습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반복된 음식 칭찬은 아이에게 나는 잘 먹는 아이여야 해라는 무형의 압박을 안겨줍니다. 부모가 자주 칭찬하던 음식을 거절했을 때 죄책감이나 실망감을 느끼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한 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억지로 먹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결국 자기 조절 능력의 약화로 이어지며 건강한 식습관을 방해하게 됩니다.
2. 말의 힘: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언어의 방식
우리는 평소 대화에서 의도치 않게 아이의 식사와 감정을 묶어버리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비교나 평가, 보상을 조건으로 한 말은 아이의 식사 태도에 오랜 시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동생은 골고루 잘 먹는데 너는 왜 이것만 먹니라는 말은 듣는 순간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비교는 아이에게 수치심과 열등감을 안겨주며 식탁이라는 공간을 즐거움이 아닌 긴장과 경쟁의 장소로 바꿔버립니다. 식사는 생존과 성장, 나아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따뜻한 행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언어는 아이에게 식사를 성과를 평가받는 시험대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브로콜리 다 먹었구나! 정말 건강해지겠네! 같은 말은 잘한 행동에 대한 보상의 일환처럼 들릴 수 있지만 보다 바람직한 표현은 익숙하지 않은 채소였는데도 한 번 먹어보려 했구나, 처음엔 망설였지만 시도해봤네처럼 과정을 인정하는 말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받은 아이는 자기 선택을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앞으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내면적 동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언어는 밥 다 먹으면 아이스크림 줄게처럼 음식을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말은 아이에게 음식 간의 위계를 학습시킵니다. 즉 건강한 음식은 먹기 싫은 것이고 달콤한 간식은 보상이 되는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인식을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는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에 대한 반감 군것질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는 식습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대화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부모가 아이의 식습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말투와 태도는 단순한 격려 이상으로 신중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이 스스로의 감각과 선택을 존중하는 대화입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괜찮아라는 말은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자신의 포만감이나 식욕을 느끼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이렇게 자율성을 인정받은 아이는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식사 중 어떤 맛이었어, 이건 어떤 느낌이 들었어와 같이 음식의 맛과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질문은 아이의 미각을 발전시키고 음식에 대한 관심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단순히 잘 먹었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감각을 언어화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걸 먹어보고 싶어처럼 식사 준비 과정이나 메뉴 선택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음식에 대해 더 큰 애정을 갖고 식사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억지로 먹는 식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식탁 위 한마디, 평생을 좌우한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이고 교육이며 자율성과 정서 발달의 핵심적인 시간입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건네는 칭찬 한 마디, 비교 한 마디, 조건을 건 보상 한 마디가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고 나아가 자기 몸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칭찬은 아이에게 힘이 되는 도구일 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용 방식이 중요합니다. 특히 음식과 관련된 칭찬은 아이의 신체 감각과 자율성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며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말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식탁에서는 다 먹어서 기특하구나 대신 이 음식의 맛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세요. 작은 변화가 아이의 평생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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